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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초딩때 ㅋㄷ사러 약국간 썰

참치는C 2017.09.24 13:09 조회 수 : 57

10년도 더 넘은 일이다

그 당시에 난 아직 성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냥 동네에 몰려다니면서 놀던 흔한 초딩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초딩들의 놀이문화는 문방구에 

어떤 장난감이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달라졌었던 것 같다

요요, 미니카, 레이저포인터, 플러버 등등...

하지만 부모님이 다른건 다 사주셔도 딱 한가지 절대 안사주신게 있었다

바로 BB탄총이었다 이야기는 우리동네에 BB탄총이 유행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네 초딩들은 죄다 총 하나씩 들고 좀 사는 집 애는 전동BB탄총까지 들고 

놀이터나 공원에서 총싸움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좋지 않다

우리엄마가 뉴스에 나온 실명사고를 보고는 절대 안된다고 펄쩍 뛰는 바람에 

난 따라다니면서 총알이나 줍는 탄약보급병 신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고심끝에 나는 차선책으로 1000원짜리 화약총을 장만했는데

처음에는 매우 신났으나 총알을 쏘는 맛도 안나고 상대편에 어떤 위협도 못주는데다

BB탄이야 동네에 굴러다니는거 쓰면 되지만 가뜩이나 용돈도 없는데

화약을 사야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기에 금새 풀이 죽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가끔 초딩들 데리고 놀던 동네 형들이 이상한 걸 갖고 노는 것을 발견했다

두꺼운 도화지 돌돌 만거에 한쪽 끝에 ㅋㄷ을 장착하고 고무줄로 고정해서 비비탄을 넣고

쭉 땡겼다가 발사하는 간단한 구조와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데다 

한꺼번에 BB탄을 다량 주입하여 샷건의 효과까지 낼 수 있는 혁명적인 장난감이었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우린 ㅋㄷ을 난생 처음 봤기 때문에 
ㅋㄷ 끝에 볼록 튀어나온게 비비탄구멍인 줄 알았다;)

어쨌든 동네 형들이 대포같이 생긴 그 총으로 재밌게 노는 것을 보고

우리도 그걸 만들기로 결심했다

급히 문방구에 뛰어가서 두꺼운 도화지와 고무줄 그리고 뒤에 달린 정체불명의 고무를 찾았는데

당연히 찾을 수가 없었고 나는 형들한테 가서 문방구에 고무가 없다고 징징거렸다



그러자 형들은 내 얘기를 듣고는 갑자기 자기들끼리 존내 쳐웃더니 

문방구에 없다면서 약국에 가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들은 지하철자판기에서 사놓고 날 놀리려고 그런 것이 틀림없다

나는 멍청하게도 그걸 왜 약국에서 파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가질 새도 없이

황급히 동네약국으로 달려갔다 

약국에 있던 여자는 우리 엄마랑 친했었기에 날 알아보고 뭘 줄까라고 물어봤는데

그때서야 난 고무의 이름을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난 고무의 생김새에 대해 열심히 묘사를 했고
(아직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이불팡팡이 자동시전됨)

약국여자의 표정이 점점 이상해지더니 그걸 왜 달라고 그러냐고 물어봤다 

순간 나는 이걸로 BB탄총을 만들려는걸 엄마한테 들키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그냥 노는데 필요하다고 얼버무렸다

약국여자 : 안돼! 그건 애들한테 파는거 아니야

나 : 왜 안돼요! 형들은 다 있는데! 같이 놀려면 꼭 필요한 거란 말이에요! 



결국 약국여자는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그날 난 영문도 모른채 존내 싸맞아야 했다

그게 정확히 어떤 물건이었는지 안 것은 몇년이나 지난 후였고

지금은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도 ㅋㄷ을 살 때면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손발이 오그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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