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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16)

ㅇㅓㅂㅓㅂㅓ 2016.01.04 17:06 조회 수 : 145




누군가를 애타게 좋아하는 마음이 나쁜길로 빠져버린다면




집착, 혹은 스토커가 되겠지만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






너를 기억하기 위해서 찾아왔다곤 했지만




사실 이유가 더 있어.




내 마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





-Written by Lovepool &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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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왜?"


"우리 상현이는 좋아하는 여자 있어?"


"음.. 없어."


"같은 반에 예쁜 친구 없어?"


"응. 엄마. 난 죽을 때까지 엄마랑 둘이 살거야."


"TV에 나오는 가수나 배우 누나중에서 좋아하는 사람 없어?"


"음... 없어 !   왜 물어봐?"


"우리 상현이도 나중에 예쁜 색시 만나서 결혼도 하고 상현이 닮은 잘생긴 아들도 낳고, 예쁜 딸도 낳고 해야지."


"싫어.. 난 엄마랑 계속 살거야."


"나중에 상현이가 크면 아마 엄마한테 먼저 여자친구 데려와서 보여줄걸?"


"안 그래 ! 엄마랑 같이 살거야."



.

.

.



15년 전 이야기다.



그 때는 엄마가 저런 물음을 할 때마다 엄마랑 계속 살고싶다고 대답했다.



여자를 봐도 이성적인 생각이 들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문득, 오늘



저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만약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하고,



둘이서 알콩달콩하게 살면



엄마는?






스무살이 되기 전.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그 때부터



엄마는 나만보고 살았다.



날 위해 살았다.



내 아빠는 물론



자신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에게도 버림받았다.



내가 태어나고 열흘 후



엄마는 나와 자신. 둘의 생계를 위해 날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에게 맡긴 채



아침 8시부터 저녁9시까지 공장에 나갔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 보살핌을 줄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있었기에 이렇게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내게 '아빠'라는 말을 제일 먼저 가르쳤단다.



훗날 엄마는 내게



"내가 아빠라는 말을 제일 가르쳐준 이유는, 너가 그 '아빠'라는 말을 소중히 여기고, 너를 낳아준 아빠를 잊지말고,


나중에 꼭 훌륭한 아빠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어."



이렇게 말했다.




조금씩 나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느꼈다.



내가 우리 엄마랑 같은 입장이었다면,



내 자식만 바라보면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버틸 수 있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기기 전까진



그 마음을 절대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초등학교 때 한 만화책에서



'울엄마'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리고 M본부 프로그램에서 '울엄마'라는 개그 프로가있었다.



조혜련씨가 했더랬지.





어릴 때 그 프로그램을 보고 '울엄마'라는 제목에 계속 울기만하길래



'울엄마 라는 말은 우는 엄마라는 말인가보다.'



라고 내 멋대로 정의했다.



그리고 그 만화책에서 주인공이



'울엄마 아니야. 맨날 자기 옷만 사고.'



라는 대사를 한다.




어렸던 나는 그 말을 우리 엄마한테 똑같이 했다.



울엄마가 아니라고.. 울엄마가 아니라고..






엄마는 날 때리지 않고



내가 왜 네 엄마가 아니냐면서 서럽게 우셨다.



아직도 엄마의 그 눈물이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난 그 눈물을 보고도 내가 실수했나? 라는 생각뿐.. 멀뚱 멀뚱 쳐다보고만 있었다..











은영이를 생각하면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이렇게 활발하고 예쁜친구가 나랑 결혼하면,



우리 엄마랑 잘 지낼 수 있을텐데



우리 엄마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말이다.





친구들이나 선배 후배들을 보면



연애를 곧잘한다.



혹자는 만남과 헤어짐이 잦은 사람도 있고,



혹자는 5년 넘게 한 사람과 만나며 결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아직까지 여자친구가 없는게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 것만은 분명하다.



나도 이제



그 사랑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는 것을.




그리고



은영이와 사랑하고 싶다는 것을...




...........................................................................................................................





오후 6시. 코엑스




"오빠 ~~ 여기여기"



은영이가 저 멀리서 날 먼저 발견했다.



흰 스타킹에 흰색에 검은색 땡땡이 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어? 은영아. 너 향수 바꿨어?"


"네. 헤헤 한 번에 눈치채네요? 센스쟁이 !  오빠 향수 잘 알아요?"


"아니. 잘 아는건 아닌데, 향이 너무 좋아서"


"오빠 이 향 어디서 못맡아봤어요? 이 향수 완전 스테디셀러인데, 샤넬 No. 5 들어봤어요?"


"아니 처음 들어"


"오빠 아는게 뭐야 ~"


"너?"


"아 뭐야. 완전 느끼해요. 그런건 어디서 배웠어. 아무튼 그 향수를 현대인에 맞춰 재해석 한 향수라고 해야하나? 하핫


나중에 시향하러 같이갈래요?"


"그래. 알았어. 그런데 갑자기 왠일이야?"


"나 꼭 와보고싶은 음식점이 있어서요. 내가 전에 맛집 좀 찾아보라했는데 안찾아봤죠?"


"몇 군데 찾아봤는데 아직 얘길 안한거야."


"그럼 그때마다 바로바로 말을 했어야죠. 내일 오빠가 찾은 곳 가요 그러면."


"에엑? 내일?"


"싫어요?ㅠ_ㅠ"



우는 표정이다..



얘는 왜 남자 경험이 없다그럴까? 거짓말같다.



"아니아니. 그래. 내일 또 보자."


"약속~"


"약속 안해도 지킬거야."


"그래도 약속~"


"자~ 그래. 약속~"


"오빠 양식 좋아해요?"


"응! 먹은지 오래됐어."


"우헤헤 둘이 통했다~ 그럴줄알고 양식으로 예약해놨어요."


"너 만약 내가 만약 중식이나 일식이라고 했으면 어쩔뻔했어?"


"그러면 양식이 더 좋다라고 말할때까지 세뇌시켜야죠."


"아.. 네.."





그나저나 어? 양식?



그래도 알바비 받았으니깐 은영이 맛있는 거 사줘야지 !!




"오빠 여기 처음이죠?"


"여기가 서래마을이야?"


"네. 저도 친구들이랑 두 번 와봤나? 자주 온건 아닌데, 저녁에 이렇게 걸으면 좋아요 !"




듣던 것 보다는 느낌이 썩 오진 않지만



조용하고 분위기 있다. (그 당시에는)




"안녕하세요. 혹시 예약하셨나요?"


"네. 6시 반에 김상현으로 예약했어요."



내 이름으로 예약했네..



"아. 네 김상현님. 두 분 안쪽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자리로 가는 길에



은영이가 날 쳐다본다.



아랫입술을 깨문 채 윙크한다.



맛있는게 먹고싶다는 표정일까?  귀엽다.




자리에 도착해보니..



창문이 있지만, 완전 밀실이다. 둘만의 공간이다.



"너 언제 예약했어?"


"1주일 전에요."


"나한테 만나자고 한건 오늘이잖아."


"오빠가 나와줄거라고 믿었어요. 믿으니깐 나왔잖아요 그쵸?"


"..."


"그런 반응을 보이면 안되죠 오빠 ㅠ_ㅠ 넹?"


"기분 나쁜게 아니라 재밌어서 그래 은영아."


"헤헤"




그런데 메뉴판을 안준다.



잉?



원래 빵부터 갖다주나?



"저기. 메뉴판은 안주시나요?"


"아, 아까 말씀하신걸로 준비중입니다."


"오빠. 아까 내가 전화로 메뉴까지 다 예약했어요."


"미리?"


"네. 맛집 내가 데려왔는데, 내가 맛있다고 하는거 먹고싶자나용~ 내가 살거니깐 걱정하지마요."


"아냐아냐. 오늘은 내가 살께."


"괜찮아요. 그거로 나 나중에 악세서리 가게에서 귀걸이 하나만 사주세요."


"귀걸이?"


"네. 나 오늘 귀걸이하고왔는데 예쁘죠? 사실 귀걸이 두개 뿐이라서요. 만원이면 되요! "




와인이 셋팅된다.



"오빠. 와인 좋아해요?"


"음.. 빵집에서 샴페인 사먹어봤어."


"이름은 길구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생산한 와인이에요~"






슬슬 요리도 하나씩 나온다.



가리비 구이란다.



쫄깃쫄깃한게 맛있다. ! 좀 짜서 빵까지 찍어먹는다.




"오빠. 오늘 나 만나면서 무슨 생각하고 나왔어요?"


"맛집을 찾았구나 ! 하는 생각?"


"그런데 오빠는 찾았다면서 왜 안데려가요? 완전 나쁘네요."


"내일 내가 사줄게. 화 풀어. 응?"




원래 여자들은 이런가?



정말 여자친구가 삐진 것 같이 말이다.




농어구이..



오리 가슴살..



이게 코스인가? 말도 안하고 이렇게 비싼걸..



"스테이크는 어느정도로 구워드릴까요?"


"오빠. 뭐에용?"


"아, 스테이크 굽기"


"아 전 미디움 웰던으로 해주세요."


"전 레어요."


"네 알겠습니다."


"오빠. 레어라고 했어요?"


"응. 나 연한게 좋아."


"아 완전 야만인.."



인상 쓴 것도 귀엽다.






"으.. 피나오는거봐. "


"하나 먹어볼래?"


"아이 시러요.."


"헤헤"




와인을 곁들인 코스요리 식사..




와인이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조금 취기가 올라온다.




테이블에 켜진 촛불이 그 분위기를 증폭시킨다.




호주산 송아지 안심까지 먹고난 후




은영이가 나랑 마주보던 자리에서



내 옆자리로 온다.



왜.. 왜 이러지?




"오빠. 헤헤 당황했어요?"


"어? 으..응 갑작스러워서... 그리고 잘먹었어."


"아직 디저트가 남았어요 오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커피 두 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은영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듯 하다.



입술을 쭈~ 내민채 손가락을 까딱거리고있다.




"커피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필요한 게 있다면 그 때 말씀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두 손을 턱에 괴고 은영이를 쳐다본다.



눈이 마주쳤다.




"오빠. 나 물어볼 게 있어요. 솔직하게 다 답해줄거죠?"


"응. 알았어."


"약속해줘요."


"응. 약속~"




"오빠. 내가 뇌물준거 아직 유효한가요?"


"사실.. 은영아. 하...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내가 물어본 것만 답해주세요."


"어? 어?.. 응."



고개를 끄덕인다.



은영이가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곤...




날 보면서




노래한다.







........................................................



어두운 불빛아래 촛불 하나



와인잔에 담긴 약속 하나



항상 너의 곁에서 널 지켜줄거야




날 믿어준 너였잖아.




나 바라는 건 오직 하나



영원한 행복을 꿈꾸지만



화려하지 않아도 꿈같지 않아도



너만 있어주면 돼



걱정 마



언제나



이 순간을 잊지 않을께



내 품에



안긴 너의 미소가



영원히 빛을 잃어 가지 않게



Cause your love is so sweet



You are my everything



첫 날밤의 단 꿈에 젖어



하는 말이 아냐



난 변하지 않아



오직 너만 바라볼꺼야



You're light of my life



You're the one in my life



내 모든걸 다 잃는데도



후회하지 않아 오직 너를 위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




오빠. 아무소리도 들을수 없게 된 이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래에요.



나 잘 불렀어요?



하핫.. 부끄럽다.









아... 아로하....





은영이가



노래를 한다.



노래하는 목소리 처음 듣는다.. 너무 잘한다.





근데 왜 눈물이 나는거지?








늘 하나라는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아픈 마음도 함께 기쁜 맘도 함께



나눠 가졌으면 해



약속해



힘들 때



너의 그늘이 되어줄께



내 품에



안긴 너의 미소가



영원히 빛을 잃어 가지 않게



Cause your love is so sweet



You are my everything



첫날밤의 단 꿈에 젖어



하는 말이 아냐



난 변하지 않아



오직 너만 바라볼꺼야.



You're light of my life



You're the one in my life



내 모든걸 다 잃는데도



후회하지 않아 오직 너를 위한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





"오빠. 오빠 왜 울어요.. 오빠도 이 노래 알아요?"




은영이의 목소리가 떨린다..



"......."




"오빠. 이 세상은 언제나 나 혼자였어요.


엄마, 아빠, 친구들 내겐 다 소중한 사람이지만


결국 내 나 자신 뿐이었어요.


그런 내 앞에 홀연듯 누군가 나타났어요.


천천히 누군가한테 녹아든다는 기분 알아요?



그 사람이 날 이용하겠다고하면 이용당해 줄 수 있고


날 떠나버리겠다면 그리하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옆에 있길 원한다면 계속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그 사람은.....




오빠에요.




오빠. 내가 사실 오빠 막 끌고다니고 내 멋대로한거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그러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사람. 조금이라도 더 사주고 싶고, 나 따라다니는거 보고싶고..



오빠. 내 옆에 있어줄래요?



왜 자꾸 울어요... 울지마요. 나 울릴라고 그런거 아닌데.."








은영이 눈도 빨개진다.





"은영아. 내가 먼저 말할랬는데.. 나한테도 기회를 주지그랬어.."




"내가.. 말..하고 싶었어요.. 양보해줬잖아요 오빠가.."




"내가 좋아? 정말로?"




"왜 좋은지 말했잖아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은영이가 내 두손을 잡는다.







그리고









둘다 눈물범벅인 얼굴로






키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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