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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어제 오전이었다.


 


모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재수벌레답게 공부하는 반가운 마음은 접어두고


 


점심 먹을 즈음에야 오전엔 공부하느라 받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전화를 건다.


 


공부를 아니지만......


 


그런데 전화기 넘어 친구에게 들려온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 작년에 OOO알지? 엊그제 모교 개학식 걔랑 같이 응원차원에서 방문했는데, 걔가 입시결과 사례 말해주면서 너라곤 찝었지만 이야기를 하더라고.”


 


오랜만에, 한때 고등학교 시절 라이벌의 이름을 들으니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자기 친구중에 ~~~”


 


 


정확히 친구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 라이벌 녀석의 행동들을 회상해보면 그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예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 라이벌에게 작년 입시결과 최악의 실패작일 뿐이었다.


 


 


.


.


.


 


.


 


.


.


.


 


 


딱 봐도 내신 따러 온 거잖아


 


 


비소 섞인 비아냥, 그게 그 아이와의 첫 조우였다.


 


 


적잖이 고등학교 1학년 학교생활을 말아먹은 나는


 


 


소위 내신 따기 힘든 학교에 합격해 우수한 커리큘럼, 다양하고 정확한 입시정보, 우수한 학교평판 등


 


 


마라톤 같은 고등학교 입시에서의 수 km 앞선 출발선을 포기하고


 


 


중학교 친구들이 있던 동네 고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적어도 내신 따려 전학 온 것은 아니었기에


 


 


원래 저 애는 저래.” 라는 친구의 위로는 들리지 않았고


 


 


그 비아냥에 가까운 평가는 처음으로 나에게 경쟁이라는 감정을 심어줬다.


 


 


1 동안 x만 쌌는지, 공부를 했는지 지표가 되는 11월 모의고사에서


 


 


나는 처음으로 잘 봐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평소보다 더 치열하게 풀었다.


 


 


수학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나는 검토를 4번이나 하며 철저하게 풀었다.


 


 


사실 검토가 4번 가능할 정도면 아무리 실력자여도 상당히 쉬운 시험이다.


 


 


결국 그 아이와 함께 수리영역 만점을 거뒀지만


 


 


그 아인 내 형편없는 국어점수를 지적하며


 


 


거봐? 내신 따러 온 거라 했잖아


 


 


란 악평을 남겼다.


 


 


그 후 기말고사까지 난 경쟁심이라는 압박 속에 악에 받쳐 공부를 했다.


 


 


그 아이가 내게 정리노트를 빌려갈 때 혹시나 일부러 없어졌다고 빼거나 물에 젖어서 돌려주지 않을까 란 염려가 들었다.


 


 


올곧지 않은 정신상태에서의 학습은 극악의 비효율로 이어졌고


 


 


1학년 마지막 시험에선 그 아이와 평균 2점차로 대패했다.


 


 


난 자연계 여자 2등이라는 수식어를 받은 그 겨울방학은 와신상담 그 자체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교력없던 나는 몇 안 되는 친한 친구들의 놀러 가자는 성의도 개무시하며


 


 


그저 라이벌보다 잘 본다는 열등의식뿐이었다.


 


 


그리곤 기다리던 고2 3월 모의고사.


 


 


그런데 너무도 허무하게 승부가 나버렸다. 기억상 전과목에서 그 아이보다 3~4점 앞서는 대승을 거둔 것 같았다.


 


 


그 때, 그 기분은, 모의고사에 일희일비하려 했던 지난 겨울방학이 너무도 허무했고


 


 


언제 다시 역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이 불안감을 다행인지 아닌지, 아니 불행하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1학기는 전반적으로 압승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내신따러 왔다 라는 그 아이의 평가를 잊지 않고 부단히 공부했다.


 


 


그 때, 그 아이가 내게 찾아왔다.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나는 그 진심어려보였던 제안에 조금의 망설임 없이 동의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심일지 아닐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그 당시에 그 아이는 나에게 확실한 촉매제였다.


 


 


난 그 때, 좁은 인간관계에, 성격은 별로지만, 도움이 되는 사람을 얻었다고 여겼다.


 


 


그 아이와의 공부에선 실력차가 확연히 들어났다.


 


 


수학은 비슷하게 잘했지만 국어는 압도적으로 그 아이가 앞섰고, 영어는 수능수준에서 비슷했을 뿐, 유학파의 실력을 체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탐에서만큼은 나도 형편없진 않았기에 서로 지엽적인 내용과 오개념을 잡아주며 이미 1과목은 고3 이상 수준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 아이와 방학과 2학기를 그렇게 협력하며 공부를 했고


 


 


2학기는 꽤나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끝내 자연계 여자 1등 수식어는 내가 갖게 되었다.


 


 


그때 즈음, 난 그 아이가 라이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같이 공부하는 친구 정도로 전략했지, 오히려 그때 나의 라이벌은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자연계 전체 1등 녀석이었다.


 


 


사실 그 녀석에겐 짝사랑과 새 라이벌이라는 애증 섞인 감정으로 3학년 땐 같은 반까지 되었지만


 


 


4월 즘 그 녀석의 부모님에 의해 나의 2년만의 짝사랑은 또다시 실패를 맞이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할말 많지만 지금은 그 녀석이 아니라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므로 생략.


 


 


그러다 5월쯤 나는 이승을 떠날뻔한 큰 사건을 겪는다.


 


 


사실 3월과 4, 내 인생에 있어 매우 커다란 두 사건이 휩쓸고 간 것도 모자라


 


 


나는 등굣길에 옆 학교로 등교하는 한 녀석의 오토바이에 그대로 다리를 치이며 전방십자인대 완전파열로 현재는 철심을 박고 살고 있다.


 


 


덕분에 한참 인터넷수능과 중간고사 공부가 한창이었던 5월을 병원에서 날려먹고


 


 


6월 모의고사를 위해 잠시 학교에 나와 영어를 완전히 말아먹고


 


 


다시 병원살이를 하다가 7월 즘엔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 수준이 돼서 학교를 다시 다녔고


 


 


날려먹은 2개월을 보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성적으로


 


 


지균과 학교장추천 티켓을 모조리 날려먹게 된다.


 


 


사실 전학생이라 큰 기대는 없었지만, 확실히 날려먹으니 시원섭섭했다.






전학생도 공평히 기회를 줘야한다고 교무실에서 소리쳤던 담임선생님께 어떤 이유에서건 죄스러웠다.


 


 


그리고 그 지균과 학교장 추천티켓은 다름아닌 그 녀석과 그 아이가 차지하게 되었다.


 


 


묘한 그 감정은 그 해 여름방학, 나를 슬럼프의 바닥까지 내몰았다.


 


 


그 아이가 그 녀석과 함께 수시합격을 하면서 나도 이제 수능이 다가온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


 


 


논술을 준비하지 못했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정시올인으로 승부해야 했다.


 


 


난 아직 수능을 앞두고 그 아이와의 대화를 잊지 못한다.


 


 


잘 지내?” 라는 나의 물음에


 


 


너보단 이라는 이제는 익숙한 농담 섞인 그 아이 특유의 비아냥이 먼저였고


 


 


사실 학교장추천은 너가 받았어야 하는데 라는 진심어려보이는 말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 조차도 진심일지 아닐지 의심스러웠지만


 


 


부디 그 때의 너는 그 순간만이라도 진심이었기 바란다.


 


 


그렇게 수능을 봤고


 


 


나는 영어B형 대참사’, ‘화학 대참사의 최대피해자가 되어 현재 재수 중이다.


 


 


난 졸업식도 참가하지 못한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라 그 아이를 수능 전날을 기점으로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단지, 고대를 잘 다니고 있다는 게 마지막 소식통이었다.


 


 


그리고 어제


 


 


솔직히 논술은 준비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재수하고 있는 선배 한 명이 있는데 걔는 논술 안 쓰고 정시로 간다고 까불다가 영어랑 화학 망해서 지금 재수중이에요 크크크


 


 


그 앤, 저희 학교 전교1등 남자애 노리다가 저한테 그 중요한 고3시기에 연애상담까지 요구하더니 결국 그 남자애 부모님 귀에까지 들어가서 완전 깨졌어요~”






"여러분 여름방학 잘 보냈어요? 아까 제가 말한 애, 여름방학부터 쭉 놀다가 망한거에요. 자만하지도 포기하지도 말고 열심히하세요"


 


 


전화기를 통해 전해들은 대사 중 선명히 기억나는 것은 이 뿐 이었다.


 


 


내가 정말 논술을 안 쓰고 까불었던 걸까?


 


 


아니다, 담임선생님이 학기초 추천해줬던 논술학원을 1학기 때 다니려 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수능공부까지 하지 못했다.


 


 


내가 정말 남자에 눈이 멀어 그 중요한 고3 시기에 그 아일 방해하려고 남자에 대해 논한 걸까?


 


 


아니다, 그 아이와 3년 내내 공부만 하다 끝날 것 같아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 녀석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 것뿐이었다.






내가 자만에 빠져 중요한 여름방학과 2학기를 날려먹은걸까?






적어도 자만에 빠지진 않았다.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복잡한 생각이 나를 슬럼프에 몰아넣었고, 그 요인중 하나가 너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나는 너에게


 


 


작년 우리학교 입시 실패작이 되었을지는 풀리지 않을, 풀고 싶지도 않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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