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XEDITION

썰/만화

"엄마."


"응? 은영아 왜?"


"나 보청기만 끼고 대화가 되는 사람. 엄마 말고 한 사람 더 생겼어."


"누군지 몰라도 대단한 사람이네. 네 마음을 연 사람이 누구니?"


"아직 어떤 사람인지 잘 몰라. 근데, 내 비밀을 말해도 다 이해해줄 것 같은 그런 사람."


"비밀이 부끄러운게 아니야. 엄마가 예전부터 그랬잖아.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굉장히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이야. 넌 그래야만하지만, 그걸 상대방은 굉장한 호의라고 생각하고


너에게 마음을 열거야."


"근데 있잖아. 엄마. 나 무섭다."


"뭐가 무서워."


"그 사람이 내가 이런 걸 알고 떠날까봐."


"벌써 그렇게 좋아졌어?"


"아니. 처음이라서. 내가 마음을 열고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거진 다 알아들을 수 있게 된 첫 사람이라서."




-----------------------------------------------------------------------------------



"안녕하세요. 봉사활동 동아리에 가입서를 낸 이은영이라고 합니다."


"네. 일단 앉으세요. 음.. 자기소개서를 봤는데, 귀가 잘 안들린다구요?"


"네. 하지만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 왠만한 대화는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우린 사실 몸 성한 사람을 꼭 뽑아야하는 그런 동아리는 아니에요. 이제 말 놔도 되겠지? 같이 잘 해보자."


"아.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가입할 땐 숨기지 말아야할 것 같아서 적어놨었는데, 혹시 xx 대학교 사람들이나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주실 수 있나요? 똑같은 사람으로 접근하고 싶어서요."


"본인이 잘 숨길 수 있다면, 우리는 비밀로 할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이 사람. 왜지?


왜 이 사람의 말은, 내가 아무런 장애가 없을 때 처럼 잘 들리는 걸까?


가슴속에서 울리고 있어.


우리는 온라인으로 몇 개월 대화만 했었고


단지 한 번 밖에 보지 못한 사인데 말이야.


내가 핸드폰 번호를 주길 꺼려한 이유를 알까?


난 어차피 전화를 듣지 못하는 걸.


그 사람은 내가 장애인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바뀔까?


그저 불쌍한 마음 뿐일까?


아니면, 예전 그대로 날 대할까?







드디어 전역 날이다.


오늘 저녁에 은영이한테 만나러 간다고 글을 써뒀다.


실수하지 말자.


오늘은 꼭 핸드폰 번호를 받아내겠어.


아 참, 그러고보니 은영이 성이 뭐지? 난 이름밖에 모르는데.


내가 모르는게 참 많았구나.




"김병장님 전역을 축하드립니다."


"야. 김병장이 뭐야. 나이도 같은데 상현이라고 해."


"그래. 상현아. 그동안 고마웠다. 우리 괴롭히지도 않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사회 나가서 꼭 성공해."


"시간이 되면 한 번 찾아올게. 그리고 너네들도 날 잘 따라줘서 고맙고. 잘 지내다가 전역해라."


"잘가요 상현이 형."





휴가 나올 때 부대 정문으로 향하는 길은 정말 길었다.


빨리 나가고싶은데 가도가도 끝이 없었다.


반대로 복귀할 때는 정문에서 막사까지 그렇게 짧을수가 없었다.



이제는 나도 민간인이다.


전역하고 나가는 이 길이 제일 짧다.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나가서 하고싶은 일들도 생각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은영이와 뭘 할지가 제일 많이 생각난다.






"엄마. 나 동서울터미널이에요."


"아이고 우리 아들. 끝까지 몸 조심해서 와. 뭐 먹고싶어?"


"저 그냥 밥에 물말아서 오징어젓이랑 같이 먹는게 제일 맛있어요."


"무슨 전역 하고나서 첫 식사를 그렇게 먹니. 엄마 오늘 일 빠지고 맛있는 거 많이 해놓을테니까 빨리와."


"네. 금방 갈게요."




'은영아. 나 전역했어. 오늘 볼 수 있니? 너가 괜찮은 시간, 장소로 갈게.'



집에가면 답장이 와있겠지.



"아저씨. 여기 천원이요."


"군인. 벌써 가려고? 5분밖에 안썼는데"


"네. 할일 끝났어요."






"충성 ! 병장 김상현.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아이고 우리아들. 입대할 때 인사받고, 전역해서야 인사 받는구나. 고생했어. 축하해 우리 아들."


"엄마. 나 밥먹고 친구들하고 옷 좀 사러 나갔다 올게요."


"엄마 오늘 너 보려고 일도 뺐는데, 오늘은 집에 있지."


"엄마. 오늘만 봐주세요. 당분간 집에 계속 있을텐데"


"너 또 여자만나러 가지?"


"네. 전에 휴가나와서 만났던 친구요."


"그래.. 밥부터 먹으렴."





'오빠. 6시에 오빠 학교 정문으로 갈게요.'




어? 우리학교 먼데.. 망했다. 빨리 옷부터 사러 나가야겠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163 [노잼 주의] 잘못된 사랑에 관한 썰(고딩때 연상에게 차인 썰) 썰은재방 2017.08.13 14
62162 물어볼게있음 참치는C 2017.08.14 14
62161 게임 하나 해보려고 CD플레이어랑 사운드카드 산 썰 참치는C 2017.09.11 14
62160 자음으로 알아보는 나란 아이(링크) 참치는C 2017.09.24 14
62159 오늘 지갑셔틀 했던.ssul 먹자핫바 2017.10.18 14
62158 너와 나의 첫 사랑 이야기 (1) 썰은재방 2018.01.06 14
62157 오늘새벽에 내가 가위눌린 썰.ssul 썰은재방 2018.02.10 14
62156 여기 고민같은 거 상담하는 게시판은 없나요? 썰은재방 2018.03.19 14
62155 흔들리고 방황해야 힘든 청춘은 지나간다 먹자핫바 2018.05.03 14
62154 커피숖에서 먹자핫바 2018.05.30 14
62153 우리나라 자동차충돌 안전에 관한.ssul 동치미. 2018.06.03 14
62152 이성에 대한 마음은 내게 있어 불합리할 뿐이다 먹자핫바 2018.06.06 14
62151 오마의 순수했던 시절1 먹자핫바 2018.06.08 14
62150 귤이 미운썰.ssul 먹자핫바 2018.06.17 14
62149 나도글 써본다 ㅇㅓㅂㅓㅂㅓ 2018.06.21 14
62148 과자 얻어먹은 썰.ssul 참치는C 2018.06.28 14
62147 끝개그있잖아 빡~! 끝~! 이게 개그냐? 먹자핫바 2018.07.17 14
62146 가을 참치는C 2018.07.19 14
62145 야권의 세월호 논란은 흔한 정치팔이 수단이다. 참치는C 2018.09.02 14
62144 이성에 대한 마음은 내게 있어 불합리할 뿐이다 먹자핫바 2019.06.01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