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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22. 대학에 진학한 나는 그냥 조용히 다닐 생각이었어. 그애가 그렇게 죽은지도 좀 지났지만 아직 멘탈은 걸레짝이었거든. 그래도 옆에 붙어다니는 두놈이 생기더라고. 이놈들은 후술.


23. 그렇게 이차저차 대학에 다니다 서울에서 어느 여자애를 알게됐어. 나처럼 마음에 병을 앓고 있는 애였지. 만날때마다 손목에는 자해흔적이 하나씩 늘어오고, 그것때문에 항상 손목에 스카프를 하고 다니는 애였어. 예전같았으면 별로 엮이고싶지 않아했겠지만, 서로 마음에 쌓인걸 털어놓으면서 우리는 가까워졌고, 다시한번 사람에게 사랑한단 말을 듣게됐어. 사귀는것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서로 의지했지.

24. 그러다 나는 군대에 가게돼. 고무신이랄것도 없으니 그냥 잘가 다녀올게 정도만이었지. 그래도 휴가때마다 만나고 잘 지냈어.

25. 군대에서도 여러 사건이 벌어져. 난 전투경찰이었는데 모를까봐 이야기하지만 전경은 의경과는 다르게 육군으로 입대한애들을 무작위로 착출해가. 난 그냥 육군하고싶었는데. 같이 일했던 선배가 전경은 현역도 아니고 공익급이라고 놀려대길래 저렇게 말했더니 괜히 딴걸로 시비털더라. 지금은 관뒀지만.


26. 아무튼 내가 복무할 시절에 선진 병영문화니 뭐니 그런게 생겨서 악습이나 구타욕설 성추행 이런게 예민할 시기였거든
남들도 다 그렇듯 나한테도 싸이코 선임이 있었고 개같이 맞고 구르고 괴롭힘당하면서ㅡ이부분은 기안84의 만화'노병가'를 보면 돼. 딱 그거라고 보면 된다.ㅡ이악물고 참아 상꺾까지 올라갔는데 새로들어온 신병이 병신인거야. 건드리거나 부르면 벌벌떨고울고. 내가 그때 챙이었는데 면담식으로 잘좀하자 하면서 등 두드려주고 그랬거든. 근데 얼마 안있다가 내가 성추행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더라고. 개새끼.
난 사회에서 일하던 경력이있어서 부대에서도 싹싹하고 일 열심히하니까 직원들이 예뻐라해서 여기저기서 불러다쓰고 그럴때였는데 사고가 터지니까 다들 책임회피. 결국 난 간신히 영창은 면했지만 타부대 전출돼서 기수 리셋돼고 말년까지 일이경한테 무시당할 상황이된거야.
다행히 전출된 부대가 애들이 텃세가 안심해서 금방 적응해서 잘 전역했지만.


27. 군대에서 일어난 사건이 두개 더 있어. 26처럼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니고 내 개인적인 문제였지.
하나는 돌아가신줄 알았던 어머니가 살아계시다는걸 알게된것. 경찰에서 근무하다보니 어찌 알게되더라. 네살때 덤프에 치였다는건 거짓말이고. 그래서 내가 찾았어. 주소지 알아서 편지보내고나서 답장 기다릴때 죽을맛이더라. 안올까봐. 다행히 답장이 오고 지금 연락정도 하고 지내는 중. 쿠크다스같은 내 멘탈은 다시 너덜너덜해졌지만.
아버지는 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을까.
어머니는 왜 20년 넘도록 아들을 안 찾은걸까. 
이혼에 대한 입장이 양가쪽에 너무 달라서, 그냥 아무것도 믿지않기로했어.



28. 군대에서 일어난 일 또 한가지는 내가 전역하고 알게된 일이야. 아까 내가 의지하게 됐던 여자애 있지? 우울증이 심해서 가끔 잠수타고 막 그래. 근데 나 전역하기 2개월전쯤부터 연락이 안 되는거야. 처음 한달은 또그러네 했고 둘째달에는 걱정했고 셋째달에는 전역하자마자 걔네집이랑 직장 다 찾아갔는데 없어. 걔네집은 초인종눌러도 아무도 안나오고. 그래서 이사가는 김에 잠수탔나보다 했지. 그러고나서 한 두달 쯤 지나고, 그애가 자살했다는 전화가 걸려왔어.

29. 납골당에 안치된 그애를 보고 안그래도 불안정하던 난 완전히 무너졌어.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되던 애가 영원히 이세상에 없는거잖아. 또다시. 그래서 아주 제대로 폐인이 됐지. 일주일동안 아무것도 먹지않다가 수면제를 먹었는데 죽지는 않고 아프기만. 그와중 대학와서 친해졌던 두놈도 슬슬 발을 빼더라.



30. 그상태로 반년정도 난 영혼이 없어진것마냥 그애가 하던 행동을 반복하기만 했어. 자살기도를 수십수백번은 한거같아. 사람들도 만나고 일은 계속 했지만 마치 나는 마음속에 웅크리고있는데 로봇인 내가 대신 생활하는것처럼.


31. 1년이 지나고나서야 난 그짓을 관두고 멘탈을 회복시키기 시작했어. 매일 일기와 편지를 쓰고 찢고의 반복이었지. 어느정도 정상생활이 가능해지니까 귀신같이 아까 그 두놈이 다시 달라붙더라.

32. 멘탈이 회복된 나는 만나는 여자도 생기고 좋았어. 멘탈이 부셔져도 등록금이랑 생활비는 벌어야했으니까 일은 계속했었거든. 이 여자애도 바에서 일하다 만난거였어. 근데 하필이면 미저리같은년을 만나버린거였다는건 나중에 알게된 사실.

근데 주인집에 미안하다고 전화하니까 방세 냈다는거야. 알고보니 얘가 대신낸거였어. 난 왜그랬냐 환불도 못받는 상황인데 그랬는데 갚지말래. 어쩔수없었지. 빚지는거 엄청 싫어하거든 나. 근데 그때부터 이 미저리년의 집착이 시작이됐어. 흔히들 아는 그런거. 어디서 뭘했는지 보고하고 만나는사람도 가려만나야되고. 그래서 점점 지쳐간 나는 아직 사귀는사이도 아닌데 그러지말라고 했지만 말잘들었으면 미저리라고 안하지. 
그래서 그냥 내가 연락을 끊었어. 
문제는 그때부터였지. 
내가있는데가 아직 지역사회느낌이 강해서 한두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야. 
근데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더라고.


34. 걔가 같이다닌 고등학교 애들 중심으로 내가 그애를 때리고 금품을 갈취하고, 강간까지 해서 협박해서 억지로 만났다는 소문이 퍼져있는거지. 해까닥하겠지? 그래서 그애가 줬던 선물과 방세 모조리 현금화해서 돌려줬어. 여기저기 빌려서.
그래서 난 이 지방에서 빨리 벗어나려고해. 어딜가든 나하고 조금이라도 관련이있는사람들이면 어김없이 그얘기를 알고 있는게 싫어서. 직접적으로 피해가 온건 아니지만 불쾌하잖아.



35. 내 대학친구가 먼저 말한 두놈 외에 여자애가 하나 있어. 넷이서 같이다니는 경우가 많았지. 그 여자애는 내 친구중에 가장 예쁜 편이었고, 때문에 남자문제가 많이생겼지. 얘가 좀 그런스타일이야. 자기 예쁜거 아는 스타일. 예쁜만큼 대우받으려는 면이 많았어. 친구와 남자의 경계를 확실히 나누는 애여서 우리는 별로 신경안썼지만 이성으로써 접근한애들은 많이 피봤지.근데 그 여자애가 제대로 미친놈한테 걸려서 스토킹을 당하고 애가 공황장애까지 생길정도로 심해서 내가 로펌을 알아봐서 고소를 해줬거든. 근데 문제는 고소진행중에 일어났어. 애가 맨날 문자나 전화만 오면 깜짝깜짝 놀라고 울고 술먹으면 미친년이돼고 그래. 그래서 우리가 좀 붙어서 돌보자 이게됐는데 아까 그 두놈중에 하나가 유독 잘해주는거야. 수상할정도로. 나 힘들때는 그냥 휙 버리고 갔던놈이었기 때문에 괘씸하기도 했지만 그냥 놔뒀어. 
근데 얼마지나고 둘이 사귀기 시작하는거야. 그새끼는 남자는 타이밍이니 이지랄이나 하고. 난 지금 연애하는게 그 여자애 멘탈에 하등 도움안될것이라고 생각하고ㅡ왜냐면 여자애가 연애하면 걸어다니지도 않는 앤데 그새끼는 못생기고 학생이라 돈도없는데 그게 얼마나 가겠어ㅡ말렸지. 그랬더니 남자새끼가 너 그 여자애 좋아하냐고 몰아가서 졸지에 난 질투심에 친구들 연애하는것도 못보는 새끼가 됐지. 학과에 소문난건 당연.당시에 나는 대학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난 신비주의 가수마냥 이런저런 소문이 있을때였어. 그런데 그새끼가 한순간에 날 개병신으로 만든거지.


36. 그당시에 난 교수한테 뒤통수를 이미 후드려맞은 상황이었어. 내가 하도 힘들어하니까 면담을 했는데 난 여태까지 있었던일을 다 말했지. 근데 교수가 수업시간이고 면담시간이고 그걸 말하고 다닌거야. 난 마음에 상처입은 복학생 병신오빠가 되어있는 상태였지.

37. 무튼 그렇게돼서 시간이 얼마 지나고 거의 잊어가는데 그새끼한테서 연락이온거야. 만나재. 
만났더니 헤어졌다고 질질짜면서 무릎꿇고 제발 재판엔 나가줘 이러더라?


38. 말하는걸 잊었는데 난 그때 그 스토킹사건의 중요참고인이었어. 스토커가 여자애가 번호를 바꿔버리니까 대학 행정실에서 내 번호를 알아내서 나한테 연락 이왔고 난 그걸 다 녹음하고 캡쳐해놨었거든. 근데 뒤통수는 맞았더라도 사람이면 그런 스토커새끼가 있다는데 나가서 증언을 해줘야되는거잖아? 출석요구서를 받고 난 그냥 증언하고 오는거니까 하고 있었는데 이새끼가 혼자 드라마 찍는거야.


39. 아무튼 그래서 이새끼가 술만먹으면 나한테 전화해서 재판 나가달라 나가달라 이지랄을 하데. 근데 그새끼 그나이쳐먹도록 모태솔로였다가 처음 연애한거였거든. 헤어지면 죽는줄 알더라고. 죽을라고그러고. 그런상황인데 내가 졷병신아 꺼져 이래버리면 괜히 내가 사람 죽일까봐 받아줬지. 그래그래 알았다 나간다 법정.


40. 아니나다를까 법정출두일 이후 연락이 뚝 끊기더라고. 내 생에 그런 쓰레기같은 새끼는 두번다시 만나고싶지 않아지더라.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코스프레하면서 신입생이나 꼬시고 있다더라. 최악이지?


41. 그이후로 난 등록금때문에 휴학을하고 취업을 했어. 햐 세상은 넓고 병신은 많다더니. 내가 원래 한가지에 빠져들면 그것만 파는 성격이어서 업무숙달을 좀 빨리했거든. 그러니까 별 말같지도 않은 이유(선배에 대한 태도 등)을 들어가면서 뒤에서 호박씨 존나게 까더라. 그러다 한 선배가 와서 탈탈 털었지 날. 우리가 좆같이 보이냐 등등 말하면서. 사람은 왜 친해졌다고 생각하면 뒤통수를 치는걸까? 



여기까지가 내 이야기야. 직장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 삭히는중. 어쩌겠어 절이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을 불태울순 없잖아.



그래도 이렇게 쭉 쓰고나니까 뭔가 개운해진거 같긴하네.
무튼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궁금한거 있음 댓글 달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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