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거의 다 올 때 되니깐
사람들 다 빠지고 둘만 남았는데
맨 뒷자리에서 그렇게 둘이 기대고 있으니깐
드럽게 로맨틱하더라
바깥 풍경도 시골이고..
영화 찍는 기분이었음
여튼 그러다가 종점 와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살짝 머리 들고
저기..종점이에요 하니깐
정말 자고 있던 척 하면서 눈 부비더니
또 놀라는 척 하면서
"엇..정말 죄송해요" 하고 후다닥 내리더라
오히려 어색하니깐 개귀여웠음..
나도 뒤따라 내렸음
거의 한시간 반동안 같이 기대고 있던 사이이고
깨있는거 서로 뻔히 아는데
버스 덜컹거리는데도 곤히 자는척 하던 게 기억나서
처음 친한 척 하기는 쉽더라
근처 가게에서 캔커피 재빨리 사들고
하나 주면서
정류장 놓쳐서 어떡해요?
학교 가시는 길이세요? 물어봤는데
뻘줌하게 그렇다고 그러더라
보니깐 k대 여자애더라 난 a대
근처 학교긴 한데 별로 공통분모가 없기도 했고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될 지 몰라서
그냥 잠자코 있다가
버스 다시 타고 갔다
옆자리 앉기가 뭐 해서 조금 떨어져 앉음
올때는 그렇게 붙어서 왔는데
또 떨어져 앉으니깐 괜히 맘이 아프더라
다시 만날 계기를 만들어야 되는데
도무지 뭐라 해야 될지 모르겠는거..
다시 사람들 타기 시작하고
사람들한테 가려서 걔 뒷모습도 안보이게 되더라
내려야될 때 다 되니깐 난 그냥 조급해져서
공책 뜯어서 내 번호랑 이름 써서
저기..이거요 하고 그냥 내려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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