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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대충 30년 전쯤.. 대학 기숙사가 좆망이라 자취를 하게 되었어.




지금처럼 인터넷이랑 냉장고/세탁기/에어컨 완비된 원룸 따위는 개뿔.




 


 


(이런거 상상하지 마라. 요즘도 이런 원룸 드물다)




돼지축사를 개조해서 만든 월세집에서 살았어.


단층에 3구블록 벽이 있고, 판자로 방-부엌-부엌-방-방-부엌-부엌-방-방-부엌을 구별해놓은..... 이런 구조를 상상하면 되는겨.


80년대 신문에 열악한 자취집에 대한 기사가 자주 나왔어. 


쿵푸허슬에 나온 돼지촌이나 북한의 하모니카집이 훨 나았을 정도니까..


얼마나 집이 형편없는지 바퀴벌레가 못살겠다고 나가버릴 정도였다는 썰도 있어.


(실은 개미가 많아서 바퀴가 없었던 거다)




그래도 맨날 최루탄 터져서 학교전체가 화생방교장이나 다름없었던 기숙사보다는 편했지.




한달에 15000원 내고 물, 전기, 난방 등 모든 건 각자 해결하는게 자취방이고,


한달에 10만원 내고 아침/저녁 식사와 냉난방(냉방도 된다!!!)과 수도/전기까지 해결되는게 하숙집이이야.




난 쩐 없는 집 자식이니 자취방살이지. 뭐.....


(글고 삐삐도 없던 시절이고 다이얼 돌리는 전화기가 주인집이랑 장사하는 아저씨네만 있고, 


세입자들은 주인집 전화를 수신용으로 공유하던 시절임.)






각설하고 울 옆방은 동거중인 커플이 살았어.


첨엔 신혼살이하는 줄 알았는데 결혼할 능력도 안되고 걍 동거 중.....




여자는 주간근무만 하는 거 같았고, 남자는 출퇴근시간이 대중 없더라~




근디 문제는....


이 커플은 밤이면 밤마다 생야동을 틀어대는 거다.


이게 정해진 시간도 없고, 해지고 나서 동틀 때까지 랜덤으로 생방송을 하니 미치겠는 거다.




반대쪽은 부엌끼리 맞대고 있어서 좀 괜찮지만, 나랑은 방을 맞대고 있는데 이게 판자집이라 방음도 안됨......


옆방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밥상에 놓은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거덩.



뭐, 첨 며칠동안은 옆집 커플의 상열지사(相熱之事)를 오디오 뽈노삼아서 DDR도 신나게 치고, 


현자타임이 와도 꼴릿한 상태를 유지하게 해줘서 고마웠다만.....




이게 한달 쯤 넘어가니 돌아버리겠는기라.




어느날 새벽 3시쯤 시작하더라.


결국 못참고 벽을 두들겼어.


하지만 한참 하는 중이라 안 들리는 건지 개무시하는 건지 멈추지 않네.


밖으로 나가 방문을 두들기며 살짝 빡친 소리로 말했다.


"잠 좀 잡시다."




"어~ 미안~" 하더니 하던거 마저 하네.


1분 정도 소리 죽이며 하는 듯 하더니 곧 아까와 다름 없이 그롤링(숫컷)과 하울링(암컷)을 해댄다.






이런 생활이 계속 되니 내 몰골이 말이 아닌 모양이었어.


눈은 퀭하니 다크서클이 배꼽까지 내려오고 광대뼈가 툭 튀어 나왔어.




사람이 잠을 못자거나, 너무 ㅅㅅ를 많이 하거나, 너무 DDR을 많이 치거나, 


아니면 너무 ㅅㅅ나 DDR을 많이 해서 잠을 못자면 글케 되는거잖아.




학교에서 친구들이 나만 보면


"씹쉐캬~ 씹질 엥간히 해라."




ㅆㅂ, 해보기나 하고 저런 소릴 들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뭔가 특단의 조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첨엔 맞불작전을 세워봤는데..... 


내게 여친이 어딧다고.... 


내게 여자 꼬실 능력이 어딧다고......


여친 꼬셔서 한다고 해도 1시간 씩이나 지속할 능력이 어딧다고.....


그래서 이 작전은 자동 폐기..






가만 보니 남자가 3교대 crew근무라서 근무 끝나고 곧바로 돌아오거나


술처묵하고 돌아오거나 하여튼 집에 오면 곧바로 하울링과 그롤링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특히 술처묵 한 날은 2시간, 3시간은 쉽게 넘기더라~


그리고는 지들은 꿀잠을 자는 거겠지.




그래.. 이 연넘들 꿀잠을 나이트메어로 바꿔주자~




이 커플이 코고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기타를 꺼냈다.


포크송은 기본이고, 복음성가(그땐 내가 교회 댕기는 개독이었어), 그리고 양념으로 트롯트를 섞어서 리사이틀을 했지.


글타고 내가 뭐 송창식이나 이문세처럼 감미로운 소릴 내는 것두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었지.


오히려 어떻게 하면 신경 긁는 소리가 될지 목을 갈아서 소릴 내기도 했어.






일케 3일쯤 지났을까?




집주인이 새벽에 기타치고 노래해서 항의가 들어왔다고 자중하란다.




"그럼 총각 혼자 수절하고 사는데 듣기 괴로우니깐 새벽에 씹질 좀 조용조용 하라고 전해주세요." 




"에이 남들 하는 소리 들으면 좋지 뭘 그래? 총각~"




"좋은 소리도 하루이틀이죠. ㅆㅂ"




"니 내한테 ㅆㅂ이라 켔나?"




"아뇨. 저 연넘들한테 한 거죠."






이렇게 대치 상태가 1주일 쯤 더 지속되자 이 동네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용조용하던 동네가 감창과 음창(하울링과 그롤링), 기타치는 소리, 심지어 바이얼린(뭐냐 이건?)소리까지 나오며 시끄러워졌다.


밖을 내다보니 가관이다.




전에는 조용조용하게 하던 새색시도, 꾹꾹 신음을 참던 아줌마도, 간만에 하는 룸언니와 기둥서방도,  까진 고딩커플도 


죄다 지금은 대놓고 소릴 질러가며 신나게 해댄다.




옆방이랑 내가 시작해서 분위기를 일케 만든거지.....




그런데도 옆방은 생뽈노 오디오를 멈추지 않았고, 나의 예술적 영감에 의한 공연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 주 일욜 오후 집주인이 세입자들을 전원 집합시켰다.


그날 첨 본 사람이 절반은 넘더라. 이쁜 ㅊㅈ도 꽤 많더만..... 


(썸타거나 한 게 있었으면 다음 썰 소재가 나올텐데 난 그때 아미쉬급 착한 교회오빠여서 그딴거 없음. 후회막급)




"오늘 부터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씹질 금지, 얼라 우는거(?) 금지, 기타 금지, 피아노(?) 금지, 바이얼린 금지, 


기타 등등~~~~ 밤에 소리내는거 싹 다 금지데이.


걸리면 그 길로 바로 방빼래이. 불만 있으마 지금 이사 나가고."






다들 울 옆방과 나를 원망어린 눈길로 쳐다보더라.


뭐 어쩔??






그날 밤 울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




"하지 마~라~~ 소리 내마 안된다카이."


"입다물고 하믄 되자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ㅆㅂ 존나 절박하닼ㅋㅋㅋㅋㅋㅋㅋ)


"그기 내 맘대로 되나??" 하지 마라~"


"아 ㅆㅂ, 옆방 새퀴 땜에 하(지)도 몬하네."






3일 지나서 학교에서 돌아오니 옆방 앞에 리어카가 서있고 짐 싸고 있더라.




내가 이긴거다.  우하하하하하하~


한달간의 부침 끝에 드뎌 평화가 찾아왔다.


이제 안락한 수면을 즐기믄 되는거다.






그런데, 며칠 지나고 옆방의 야하고 상큼하고 우아한 소리가 안 들리니 허전하더라~


DDR을 쳐도 예전처럼 흥이 안나고~


그래서 공부만 열심열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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