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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가슴으로 느끼는 소리 (4) -백일장

gunssulJ 2021.12.04 20:08 조회 수 : 99

오늘은 답장이 왔겠지?


오 그렇지



'전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남들에게 제가 쓴 수필을 간단하게 책으로 만들어서 나눠주고싶어요.


봉사활동 동아리가 사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있을수도 있겠죠.'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러면 그럴 기회를 만들어줘야지


'은영씨. 저도 봉사활동 동아리를 들어온 계기가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서였어요. 지금 자세한 걸 말하긴 좀 그렇고,


제가 카페를 만든 것도 우리 동아리가 자주 만나고 친해져서 보육원이나 양로원에도 자주 가고 싶다는 생각에서였거든요.


그 곳에서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에게 직접 쓴 수필을 전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아. 내가 써도 참 잘 썼다.


근데, 얼굴은 예쁜가? 궁금하다.



'정말요? 그 말을 들으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복학하시면 꼭 그리 해주셔야해요.'



앗싸~ 이로써 점수 좀 땄겠지.



........................................................................



일찍 분대장을 하게되서 당직도 서야하고, 할 일도 많아졌지만


좋은 점이 하나 있다.


당직서면서 컴퓨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그런데 이 친구는 열두시만되면 자러간다. 신데렐라도 아니고




전화번호는 묻지 않았다. 천천히 친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은영씨. 나 휴가 나가면 볼래요? 내가 은영씨 편한 곳으로 갈게요.'



'그때 상황 되면요. ^^;;'



그렇게 일병휴가를 나갔다.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근처 피시방에서 싸이월드를 접속한다.



'은영씨. 나 서울이에요. 이따가 저녁에, 아니면 5일 안으로 한 번 볼래요? 답장 남겨주면 확인할게요.'




그 날 저녁,


그 다음날

.

.

.

복귀 날까지 그녀는 방명록에 답글을 쓰지 않았다.




아씨 뭐야. 무슨 일있나? 다음 휴가 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짜증나네.





"김일병. 담배 사왔어?"


"네. 팬티속에 4갑 숨겨왔습니다."


"아 씨발 냄새나게 왜 거따 숨겨. 암튼 땡큐. 그나저나 휴가 때 그 여자 봤냐?"


"못봤습니다."


"왜? 너 사진 먼저 보냈냐?"


"아닙니다. 사진 먼저 보냈으면 나왔어야 정상이지 말입니다."


"미친 크큭."


"싸이에 방명록도 안 남기길래 무슨 일 있나 했는데, 그렇다고 동아리에 제가 번호를 물어볼 수도 없지 않습니까.


먼저 연락처 알려주기 전까진 좀 그래서.."


"남자새끼가 그게 뭐야. 화끈하게 전화번호 물어봐서, 넌 어차피 문자 못하니깐 저녁에 전화로


'오빠가 네 번호 받았다. 미안하다. 만나고 싶다.' 해야지 병신아."


"전 그러기 싫었습니다."


"그러니까 호구지 ㅉㅉ"





복귀 후 3일 뒤



'오빠. 죄송해요. 집안 사정이 있어서 컴퓨터도 못했네요.'



'아니에요. 무슨 일 있겠거니 했어요. 괜찮아요?'



'네. 별 일 아닌데 좀 오래 걸렸네요. 미안해요. 잘 들어가셨나요?'



'네. 3개월 뒤에나 나가겠네요. 보고싶었는데 아쉽네요. 제가 휴가나가서 회장한테 봉사활동 자주 가자고 권했으니


그때 은영씨가 쓴 이야기 있으면 들고가서 직접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신경써주셔서요. 아직 다 쓰진 못했어요. 아직까진 읽는게 좋다보니, 그리고 나이가 어려서 경험이 적어서


쓸게 많이 부족한가봐요.'




궁금하다. 미칠정도로.


어떻게 생겼지?


생각하는건 참 이쁘고 천사같은데


그나저나, 얼굴 밝히는거보니 나도 여자가 고프긴 한가보다.




...............................................................................................................



3개월 뒤



'오빠. 다음주 휴가나오죠? 수요일에 동아리 전체 모임있어요. 그 때 봐요.'



앗싸~ 나 나가는 다음날이구나.



드디어 네 얼굴을 보게 되는구나.



"김상병님. 부대에 온라인 사랑꾼이라고 소문 다났습니다."


"그게 뭐야?"


"사지방에서 맨날 구석자리 앉아서 싸이 방명록 쓰는거 다 소문났지 말입니다."


"그게 뭐. 우리 동아리 사람인데"


"이병장님한테 다 들었습니다. 이번엔 꼭 만나고 오십시요. 어떻게 생겼는지 옆에 2생활관에서도 물어본다 아닙니까."


"벌점받고싶어?"


"아닙니다. 나가실 때 전투화는 제가 닦아드리겠습니다. 불광으로 말입니다 사바사바"





드디어 내일 나가는구나.


내가 인터넷으로 가발을 사게 되다니..


크흑, 4만 5천원. 스타일은 다 거기서 거기네.


4만 5천원이면 생활관 전체 과자파티 두번할 돈인데


뭐 비싼만큼 잘 맞아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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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씨 왜 안왔어요. 나 다음엔 6개월 있다가 나가는데, 일부러 피하는건 아니죠? ㅠ_ㅠ'



'아니에요. 공교롭게 그 때마다 사정이 생기네요. 미안해요.'



'그럴수도 있죠. 결국엔 민간인의 모습으로 보겠군요. 사정 있던건 괜찮아요?'



'네. 그런데 오빠. 오빠는 몇 개월 동안 저한테 계속 이렇게 연락한거. 왜 그런지 물어봐도 되요?'




뭐지.. 뭐라고 말해야하지?



'그냥 끌려서요. 온라인이지만, 갑자기 끌릴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본적은 없지만, 그 사람의 말하는 것만으로도


끌릴 수 있는 무언가의 힘으로?'



'거짓말 하지마요. 모임가서 친구들한테 물어봤다면서요. 저 이쁘냐고'



'그건 나중얘긴데, 그 전부터 그래서 계속 방명록에 글을 썼겠죠.'



'장난친거에요. 이번에도 못 봐서 너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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