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3 12:59

2달간 붕어빵 구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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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른92년생이고, 중대랑 비슷한 급이라고 불리는 대학교 다닌다.
 
등록금댈 사정이 안되서 등록금대느라고 알바한게 몇개있는데, 그중에도 탑은 붕어빵장사였다.
 
대형 고깃집알바도해봤는데, 불판갈기? 진짜 쉽다.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냉면이다.
 
대형 고깃집은 공간활용을 위해 의자에 앉아 먹는 테이블보다 방석에 앉아서 먹는 좌식이 많기 때문에 알바를 하며 허리를 자주 숙여야 한다.
 그리고 냉면을 인원수에 맞춰서 시키는 경우가 많다.
나는 8개까지 한번에 옮겨봤는데,
 국물가득한 시큼쫄깃한 냉면 8개가 아래는 6개, 위에는 2개로 2층으로 쌓여진 쟁반은 무게도 무게지만 중심잡기가 힘들다.
 
게다가 허리를 낮춰야 하는 좌식식탁에서는 허리를 굽히는 순간 허리힘과 팔 힘이 조금이라도 풀린다면 바로 냉면탑의 붕괴를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순조롭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힘이 빠지는 것에 비례해 위험도가 증가한다. 실제로 나는 손님의 테이블에 나이아가라 뺨치는 육수폭포를 만들어 열흘만에 해고당했다. 요즘도 사람들이 후식으로 냉면을 시키면 나는 공포를 느낀다.
 
그거 짤리고한 택배알바는 가장 어려운 것은 전기장판과 김치다.
전기장판은 무게중심을 찾기가 어려워 흘러내리기 일쑤이며, 김치는 미사여구 필요없이 제일 무겁다.
방심하면 흐르는 국물은 보너스이다. 아직도 우리 집에 오실 때 새로 담근 김치를 두세통 들고 오시는 할머니를 보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나의 알바 중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작년 겨울 방학을 바쳤던 붕어빵알바이다.
 잠깐 붕어빵에 대한 강의를 하면, 만드는 방법은 틀에 밀가루를 붓고, 팥을 넣고 다시 밀가루를 부어서 틀을 닫는 것이다.
또한 이 틀은 총 10개가 돌아가는데, 5개씩 나눠 타이밍을 잘 맞춰 뒤집었다가 다시 뒤집어야 완성한다.
약불에 굽는 붕어빵의 껍질은 바삭한 질감을 나타내지 않는다.
쎈불에 구운 붕어빵이 가장자리가 약간 탄 황금붕어빵을 만들며, 난이도가 가장 높다.
 
올해 등록금을 마련하려 일산에서 2달가량 붕어빵을 구웠다.
수익의 30%를 자리를 빌려준 점주께 드리며, 나는 70%의 이윤을 갖는 계약 조건이었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3개에 1000원인 붕어빵을 하루에 30만원어치를 팔았다.
천개정도 구운 셈이다. 진짜존나 목이좋은 자리였다. 일산 학원가 바로 앞이었으니까, 초딩, 중딩, 고딩 다 내 물주였다.
 
이때 오른손에 들린 주전자 한통 가득 있는 밀가루는 2kg이며, 100개를 구울 수 있고,
붕어빵 하나를 구우려면 두 번의 주전자 질이 필요하다. 또한 무게는 속도x질량이라는 공식에 따르면,
주전자동선인 약 40cm를 0.5초도 안 되는 시간으로 왕복해야하는
나의 오른손은 2kg+알파의 무게를 하루에 이천번을 날랐다고 보아야하겠다.(본인은 사학과라서 복잡한계산은 패스한다.)
 
붕어빵은 힘뿐만이 아니다. 섬세함도 필요하다.
붕어빵이라는 생물은 복잡 미묘해서 한번의 방심이나 실수가 연쇄 붕어빵 분신사건에 이르게 된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던가 하는 일은 상상하지 못하며,
만약 문자를 하나 날린다면 여지없이 겉이 까맣고 딱딱한 붕어빵이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점심 식사는 60일간 붕어빵이었다. 장사가 너무 잘되는 날에는 퇴근을 못하므로 저녁 역시 붕어빵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고생해서 구워봤자 나에게 돌아오는 순이익은 개당 70원.
아까 하루에 30만원이라고 할때 혹시 30만원의 70%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붕어빵은 밀가루와 팥이라는 재료로 굽는 것이며, 굽는다는 행위는 가스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것저것 떼고 30% 추가로 떼이면 1개에 70원이라는 놀라운 순이익이 나오는 것이다.
오전 11시쯤에 나가 6~7시쯤 퇴근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점심 저녁제공에, 시급마저 시간당 만원의 놀라운 알바였다.
그렇게 나는 약 5만개를 구워서 등록금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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