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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안녕. 
맨날 눈팅만 하다가 익명이라는걸 이용해서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고...
제목에서 알수있듯..난 다리 하나가 없어
왼쪽 무릅 위 10센티 이하로..
오른쪽은..뭐 달려있긴 해. 
목발이나 휠체어 없이 움직이긴 매우 버겁지만..

난 20대 중반 여자야.
다리 하나가 날아간건..고2 여름방학때였어. 
말이 여름방학이지 끝날줄 모르는 보충의 연속이엇지 ㅋ
그래도 한국의 여고생답게
발랄함을 간직한채 즐겁게 다니고있었어
그러다가.. 보충이 끝나갈때쯤 사고가 낫어. 
학교앞 교통사고..
당시에..그렌져였나? 잘 모르겟네
차에는 관심이 없어서 ㅎ
세단이라는거랑 그 안에 타고있던게 돈많은 사람이라던거
정도만 기억이 나네. 
당시만 해도 뺑소니가 숨쉬듯 일어난 시기여서
항상 파란불 확인하고 차 오나 안오나
확인하고 건널때였어
분명 파란불이엇고, 차 한대는 저 멀리 보이고있었어
그래서 건넛지. 
근데..내가 너무 경솔했던건지
아니면 전생에 지어놓은 죄가 너무 많았던건지
그 멀리있던 차가 과속을 하더라고
차 과속하면 나는 소리 있지?
부우우우아아아아앙!!!!!
그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길래 뭔가 이상해서
뒷걸음질을 쳤는데
놀래서인지...내 발에 걸려 넘어진걸로 기억해. 
그리고..뭐 그 뒤는 너희들이 생각하는것처럼..
내 다리를 짖밟고 지나갓지. 
왼쪽 무릅부분부터 오른쪽 종아리 부분..
내가 비스듬히 있었나봐. 
사고 당시는 뭐가뭔지 기억도 잘 안나고
기억하고싶지도 않네.
처음 눈 떳을때는 이미 병원이엇고
엄마랑 아빠는 진짜..
내가 그때 18살동안 살면서
두분이 그렇게 우는건 처음 본것같아. 
왜우냐고 누구 죽었냐고 나 괜찮다고 말하면서
침대에서 나와 일어나려 하는데
오른쪽은..내 맘대로 움직여지지도 않고
왼쪽은 평소랑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
나는 발을 쭉 뻗고있으면 발가락 꼼지락 거리는 
그런 버룻이 있었어..
그날도 평소처럼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는데
아무 느낌이 안나..
이불 젖혀보니까..오른쪽엔 깁스
그리고..왼쪽은...
그래. 그렇게 된거야. 그래서 난 지금까지 이러고 살아. 
나 친놈은 어떻게 됫냐고?
...뺑소니치고 도망가려다가 잡혀서
나 병원에 입원시키고 부모님한테
수술비 치료비 그리고 입막음용 돈 주고 사라졋데
나도 이건 들은이야기라 잘 모르겟어
어떻게 그럴수있는지, 그게 가능한지...
아마 높으신 시의원이나 도의원쯤 되시나보지..
그렇게 다릴 잃었어..


사고 당한 직후에는..당연한 이야기지만
아무곳도 안나가고 아무도 안만낫어. 
학교는.. 원래대로라면 절대 안되고 그럴수가없지만,
안가고도 출석해서 졸업했지. 
날 친놈이 꼼수를 부린걸꺼라고 나이먹어가니까
느껴지게되더라. 
1년 반 남았던 학교생활중 난 단 하루도 나가지 않았어. 
나갈줄도 몰랏고 나가기엔 두려움이 앞섯지
지금은 좀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그래. 
처음에 다리 하나 없는거 확인하고 나서부터
몇십번을 있어야할 자리에 없는거 볼때마다
까무러처버린것같아
3개월 좀 안되갈때 쯤이엇나? 맘좀 많이 추스리고
의사선생님한테 물어봣어. 
내 다리는 왜 자른거냐고
알아야하잖아.
어차피 못움직일꺼 달아놓는편이 좋잖아...
의사 말은 그랫어. 
왼쪽은 허벅지,무릎쪽이 깔리면서 차가 브레이크를 밟은건지
아예 짓뭉게졋다고. 신경이고 근육이고 찢어지고 뭉게져서
그냥 달아두면 위쪽까지 전염 가능성이있어서
그거 막기 위해서 잘라버린거라 어쩔수없었다고..
의사 입에서 어쩔수없었다 는 말
참 쉽게 나오더라. 
오른쪽은..종아리쪽이 깔렷지만
왼쪽보다 손상정도가 적어서 살릴수있는신경은
전부 연결했지만 완치는 안될꺼라고..
그러더라고. 
...또 까무러쳤지. 
의사한테 그 얘기 듣자마자 억장이 무너지더라
집에 자식이라곤 위에 오빠 하나 그리고 나인데..
앞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었어
그래서 집에 아무도 없을때면 못난짓도 많이 했었어
할때마다 엄마아빠오빠 얼굴 아른거려서
하다가 말게되더라고.....
그렇게 집이렁 병원 왔다갔다 하면서
별 효과도 없는 재활치료만 했지.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소리 들어본적있어?
인생이 완전 바뀌어버리니까
외모부터 성격까지 전부 바뀌었어..
사고나기전엔..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볼수있었던
여고생이었지. 
너희 말을 빌리자면..평타 라고 하나?ㅎ
절대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못생겻다는
소리는 거의안들었던것같아. 나만의 착각일수도 있고 ㅎ
근데 지금은..머리도 제대로 못감고..운동을 제대로 못하니
살은 찌고..사고 나기 전 그때 내 키랑 몸무게가
161에 47키로였어. 
사고 후 10키로 찌드라고...먹기만하고..운동은 안하고..
여자로써 삶이 망가졌다고 느끼니까
진짜 살기 싫었어...
그렇게 아무 의미없이 병원 집 병원 집 하며 살아가다가
어느날과 똑같이 병원에 가는데 남자애 하나가
앞 공원 벤치에 환자복입고 앉아있더라고
그때 난 온갖짜증이랑 자기경멸 등등
안좋은생각들로만 머릿속이 가득했지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것도
어떻게 보면 다 그 아이 덕인것같기도 해.


모자 푹 눌러쓰고 휠체어 밀면서 병원으로 들어가는데
덥고 짜증나고 힘들어서 아이 씨
하고 승질내고있었어
그러면서 계속 올라가고있었지. 
가끔 드라마 영화 이런거 보면
잘생긴 의사들이 밀어주던데
난 그런일 안생기겟지 하면서 또 끌고 가고있었어. 
근데 갑자기 힘을 별로 안주는데 앞으로 가더라고
휠체어 타면 뒤를 잘 안보게 되
앞만 보고 가도 힘들거든..
뭐지 하고 뒤 돌아보니까
아까 벤치에 앉아있던 남자애더라고. 
그땐 얘가 어디가 아픈앤지도 몰랏고
내 휠체어 밀어주니 마냥 좋아서 그냥 앉아서 갔어. 
가면서 그애가 계속 쫑알쫑알대는데..
솔직히 귀찮았어. 
짜증은 나있었지..죽을것같은 재활치료 해야하지..
물어보는거마다 건성건성 답해줫어
그러다가 걔가 
누나는 어디아파? 라길래
누난 다리 아파서 왓어. 너는 어디아픈데
라고 되물었는데
나는 머리아프데~ 뇌종양 이래
이러면서 웃더라..
뇌종양 이라는 말 듣자마자 머리 한대얻어맞은것같았어
뇌종양은 불치병이라고만 알고있었으니까..
그러면서 걔가 하는말이
누난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닐수있어서 좋겟다..
난 맨날 병원에 있어. 라고 했어. 
...좀 그랫어
난 다리 잃어버린것만으로도 이렇게 짜증나고
다 포기하고 싶은 지경인데
얘는..어찌보면 종신형 선고받은거나 다름없는거잖아..
근데 해맑게 웃네
내가 부러워? 
이러니까 거침없이 응 이라고 하더라
나중에 들은거지먼 
난 두발로 땅 딛고 서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운데
걔는 밖에 돌아다니고 계속 살아가는 내가 부러웠데. 
약간 충격받은체로 재활실까지 왓고
걔는 여전히 맑게 웃으면서
누나 나 갈께~ 다음에봐!이러면서
자기 있는 병실 알려주곤 보고싶으면 찾아오라더라. 
여차저차 재활치료 다 받고..
오후 시간 다 되서 집에가려는데
갑자기 걔 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알려준 병실로 찾아갔어
...중환자실 말고
뇌종양이나 그런 부류만 따로 입원시키는거 알아?
내가 다니던 병원은 그랫어
병실 들어가니까..아저씨 할아버지 아줌마 이렇게 세분 
누워있고 창쪽에 걔가 앉아서 밖에 쳐다보고있었어
멍하니
...
휠체어 끌고 걔 침대로 가서
밖에 나가서 놀고싶지?
이러니까
그러고싶은데 간호사가 쫒아와서 못나가
이러면서 그냥 웃더라
그리고 나선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날이 저물길래 아빠한테 전화하고 난 집에 왓지. 
자려고 누웟는데
걔 웃는모습이랑 걔가 한 말이 자꾸 떠오르는거야
그러면서 내가 다리 이렇게 됫다고 해서
다 끝난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살아있다는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 전엔 차라리 죽어버렷으면..
그때 차에 치여 죽어버렷다면 이렇게 추한 꼴이 되진
않았을텐데라는 그런 비관적인 생각만 하고 살았는데..
후회되더라고

그리고 그 다음주 재활치료날
그 자리에 또 걔가 있었지
보고 손 흔들어 간단히 인사 하고
걔는 또 내 휠체어 밀어 재활실로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그러다가 걔가 그러더라..
토요일날 앞에 있던 할아버지 나갓다고. 
그래서 난 퇴원한걸로 알아듣고
잘됫네. 너도 곧 퇴원할수있을꺼야
그랫지. 지금 생각하면 참 멍청한것같아. 
뇌종양..퇴원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근데 걔는 또 웃으면서 그래야지 하더라. 
재활실 도착해서 치료받고 또 여지없이 걔 병실 찾아갓어
할아버지는 없고..
걔는 자고있었지. 
그냥 갈까 했는데 옆에 아줌마가 약맞은지 좀 됫으니까
깰때 됫다고. 기다렷다가 이야기 하고가라더라
그래서 기다렷지. 기다리면서 아줌마랑 얘기하고..
그때 알았지. 
할아버지가 퇴원이 아니라는거랑
애가 입원한지 얼마 됫는지..
얼마나 남았는지..아줌마들 수다는 대단해.^^;ㅋ
그렇게 말 다 듣고나니..
그 전주에 들었던 기분보다 더 죄스러운 기분이
들더라...
그리고 걔 깨는거 안기다리고 바로 집으로왓어. 
집에와서..혼자 한참 울고
엄마 오니까 엄마 붙잡고 울고
아빠 오니까 엄마아빠 둘 다 붙잡고 울고..
그리곤 마음 다잡았어. 
내가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살아있다는거 자체가 행운이고
... 살아가자고.
그 후로 골반이 부서지는 고통이와도 계속 운동했어
힘들고 움직일때마다 아파서 잘 씻지도 않고 그랫는데
아픈거 참아가며,
욕실 바닥에 앉아서 몸 씻고 머리도 감고 그랫어
그리고 정신도 가다듬고..재활치료 열심히 받으면서
걔랑 맨날 이야기 한것같아. 
얼마 지난다음부턴 폰으로 길거리 사진이나 동영상 찍어서
보여주기도 했고, 노트북 가져와서 같이 영화도 보고
그랫어. 
재활을 거의 반년정도 받았었나?
마음 다잡은 후에 운동, 재활 열심히 받으니
회복속도가 빨라졋는지 통원재활은 그만 받아도 된다그래서
그 후부턴 가끔 걔 보러 병원에 갔지. 
통원재활 끝난 후 부터 나는
집에서 계속 공부도 하고 간간히 타이핑 알바같은거
하면서 지냇어.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할수있는 일이 한정적이더라고. 
그러다가..사고 후 일년 좀 더 지났을때쯤
병원에 안가본지 2-3개월은 됫겟다 싶어서
한번 가보기로 했어. 
노트북엔 영화 드라마 예능 꽉꽉 눌러담고
홈런볼 작은거 4개 묶음 두개 사서..
걔가 홈런볼을 되게 좋아했거든. 
병원 도착 해서 걔가 맨날 앉아있던 길로 갓어. 
항상 앉아있던 벤치에 없더라..
자나보다 라고 생각되서 그냥 바로 병실로 갔지
근데..병실 입구에 걔 이름이 없었어..
아줌마랑 아저씨 이름은 그대로 있는데
걔 이름이 없고 다른사람의 이름이 두개 들어가있더라고
뭐지..병실을 옴겻나 싶어서 아줌마한테 인사도 할겸
병실로 들어갓어
...아줌마가 나 보자마자 호들갑 떨면서-
왜 이제 왓냐고..걔가 너 오는것만 기다렷다고..
오늘은 올까 내일은 올까 하다가
한달전에 나갓다고 하더라고.....그러면서
나 안오기 시작한지 한달쯤부터 쓰기 시작했다던
편지 몇장을 주시더라고..
편지 받아들고..집으로 그냥왓지..멍하게. 
그날 그냥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그 편지 하나하나 다읽어봣어. 
그냥 눈물만 계속 흐르더라. 
오늘은 누나 안오나보다
누나가 영화 뭐 받아왓으면 좋겟다
홈런볼 먹고싶은데 누나가 안온다
아 폰번호를 물어볼껄 그랫네 부터시작해서
온갖 잡담...
그리고 봉투 겉에다가 마지막에 보라고 써놓은
편지를 읽었어. 
내용은...
나한테 힘을 주는 내용..
포기하지말라는 내용..
자기가 못한거 나라도 다 누리라는..그런 내용..
이미 마음 추스리고 다잡았던 때지만
한번 더 굳게 마음먹게 됬어. 
그때 이후로 밖에 왠만하면 나가지 않던 내가
날 좋으면 밖에 나가서 바람 쐬고
일년 넘게 못본 친구들도 가끔 만나고..
근데 졸업식 갈 용기는 안나더라고..ㅎ
그렇게 졸업하고.... 직장은 잡아야하는데
내 몸으로 갈수있는곳이 없었어
별수없이 집에서 할수있는 일을 알아보다가
번역일을 알게됫고, 그때부터 2년정도?
영어만 죽어라 판 기억이 나네 ㅎㅎ
그렇게 자격증 따고 번역을 하면서
지금까지 운동하고 재활하면서 지내고있어
근데 아직도 밖에 돌아다니긴 두려워..
사람들 눈이 무서워. 
그리고..
예쁜옷도 입고싶고
예쁜 구두 볼때마다 신고 돌아다니고 싶고..
그렇게 입고 다니는 여자분들 보면..부러워..
그럴때마다 드는 초라함이랑 자괴감은
아직까지 익숙해지지가 않더라고..ㅎ


글 읽어주는 사람들아
너희가 무슨일을 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겟지만
기운빠져있지마. 
마음먹기 나름인것같아. 
인생 포기하려 생각도 했었고 시도도 많이 했지만
쉽지도 않았고
계기만 있으면 얼마든 바뀔수있어. 

길고 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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