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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만화

애틋했던 연애썰3 .txt

참치는C 2019.07.04 09:04 조회 수 : 100

그 애 오래비랑 함께 놀던 때 살던 곳은 서울 용산구였어. 용산구에서 12년 살다가 1년 경기도, 1년 감자국, 1년 경주, 1년 고담...이렇게 살다가 다시 감자국에 살게 된 때였거든.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친구였던 걔 오래비 덕분에 못 볼꼴 다 보여준 애였어 그야말로 흑역사지.

'됐다. 뭔 노래나. 아픈건 괜찮나.'
'..응... 괜찮아요.'

그렇게 통화를 하다 전화를 끊고 난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게 뭐라고. 그냥 쪽팔고 노래한번 불러주는게 뭐 어렵다고. 얘가 아프다는데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렇게 다음 날 그 아이와 문자를 주고 받고, 전화를 주고 받고... 생각해봤다. 정말 좋아하는 이 아이에게 내 감정을 털어놓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냥 이렇게 지내고 싶은 건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말하고 싶었다. 이런 행복한 시간이 모두 사라진데도 전하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싸구려 엠피쓰리를 사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연락으로 이 애가 이승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이승기 노래를 유난히 많이 불렀다. 한곡을 수십번 불러보기도 하고, 어쩌다 잘뽑히면 그걸 남기고... 그게 그 아이가 이사오기 한달전의 이야기였다. 웃긴 건 유난히 기억에 남고 그 아이가 가장 좋아했던 내가 부른 노래는 하울의 앵무새라는 노래였다.

어쨌든 그렇게 한달동안 쌓인곡은 딱 6곡. 엠피쓰리 값은 톡톡히 뽑았다. 남은 곡은 6곡이지만 하루에 못해도 6곡은 부른 것 같았다. 그렇게 그 엠피쓰리를 들고, 그 아이가 오기를 기다렸다.

녀석이 왔다. 그 아이가 눈에 보이자마자, 진즉에 문자로 어디라고 주고 받았으면서 달려가 녀석의 손에 엠피쓰리를 쥐어줬다. 뭐가 그리 반가운지 난 막 웃었다. 고백? 머리속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고 내게 위안을 주고 위로를 해준 그 목소리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다는 것에 난 너무나 행복했다.

목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있었다. 이 아이이기에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날 너무나 행복하게 웃게 해주는 이 아이였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게 내 손을 떠난 엠피쓰리를 쥐어주고, 덥썩 녀석의 손을 잡아 끌었다. 가고 싶은 곳이 한 두곳이 아니었다. 그 아이를 눈앞에 둔 순간, 무려 5년에 가까운 시간의 거리감은 모두 사라졌다. 어릴 적 같이 동네 놀이터에서 놀고 게임기 앞에 서서 웃고 떠들던 어릴 적의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이내 나를 보고 웃으며 따라와 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그렇게 해가 질 무렵까지 그 아이를 끌고 다니다 녀석의 집앞에 가까워지는 거리에서 나는 뭐가 그리 당당한 건지 녀석의 생각은 염두에도 두지 못하고 되는 데로 내뱉었다.

'니가 좋다. 정말 너무너무 좋다. 이유는 하나다. 너라서 너무 좋다.'

아마 이런 말들이었을 거다. 묵묵히 내 눈을 바라보며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던 녀석이 작게 입을 열었다.

'너무 빨라요.'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은,

'하지만 좋아요. 대신에 이렇게 빠르게 헤어지는 일 절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 말과 함께 내가 평생을 담아갈 연애가 시작 되었다.

그 아이와 정식으로 만나면서, 그 전에 만난 여자들과 했던 것은 모두 백지화. 엄청 버벅거렸다. 어디 가자는 것도 조심스러웠고 뭐 먹자는 것도 조심스러웠으며 한마디 한마디 말하기 전에 곱씹어보고 얘기하고... 되는데로 내뱉던 내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아이는 내게 하나의 길이 되었다.

밤에 피씨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싫다고 해서 그만 두었다. 마침 그 무렵 집안일이 잘풀리기 시작하여 적어도 급식비를 걱정할 일은 없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아이를 만나면서 쓸 돈은 없었다. 한달 두달이 지나고, 모아둔 돈이 떨어지고도 우리의 만남은 원활했다. 돈이 없는 나를 보며 웃으며 했던 그 아이의 말 때문이었다.

'내 돈이 오빠돈. 오빠돈이 내돈. 대신 나중에 멋진 곳 데려가 줘요. 나중에.'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어찌나 고마운지, 아니 그때도 너무나 고마웠다. 밥을 먹으러 가도 화장실 가는 척, 지갑도 두고 가서는 카드만 주머니에 넣어서 계산 하고 오고... 가끔 내가 돈이 있을때는 아무런 말하지 않고 웃으며 팔짱도 끼고...
고작 나와 한살 차이지만, 어른스러웠다.

세달째 되는 달. 한달치 급식을 빼고 그 급식비로 반지를 하나 샀다. 당시 내 입장에서는 제법 큰 돈이었다. 작은 반지 하나, 남은 돈으로 녀석과 간단하게 군것질을 하고 야자가 끝나고 집에 데려다 주는 녀석의 손에 쥐어주고 웃는데 갑자기 우는 그 아이도 너무 이뻤다.

나와 다르게 지 오래비를 닮아 공부를 잘하던 녀석은, 가끔 막히는 것을 어째서인지 내게 묻고는 했는데 그것을 답해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한심해 공부를 시작했다. 꼴통 학교에서도 꼴통이라 불리던 내가 공부를 하는 모습에 은사님들도 기겁하고는 했었다.

맑은 주말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놀러다니기도 했고, 방학에는 모아둔 돈을 털어 놀이공원에 가기도 했다. 물론 돈은 둘이 합쳐서였다. 내가 내고 싶었지만, 나 혼자 돈을 낸다고 하자 화를 내는 그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꼴통학교인 만큼 야자랍시고 명목만 있던 8시까지의 자습을 끝내고, 그 아이의 학교앞에서 2시간을 기다렸다 그 애의 손을 꼭잡고 근처 공원을 걷기도 하고...방학에는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있는 그 아이를 양손에 캔커피를 들고 기다리다 같이 걷는 날도 많았다.

그 애가 아픈 날에는 외출나와 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도 하고...

언제나 너무나 좋았던 것은 그런 나를 보며 항상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환하게 웃어주는 녀석의 모습이었다.
교복 카라에 살짝살짝 스치는 단발, 가끔 그 단발을 귀뒤로 넘기고 환하게 웃는 그 아이는 빛이 나곤 했다.

그 엠피쓰리를 주고 받으며, 서로가 연락할 수 없는 때에 잠깐 잠깐 녹음한 목소리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1년이 되는 날에는 그 아이에게 선물했던 반지와 비슷한 디자인의 반지를 선물받기도 했다.

전에 헤르만 헤세의 말을 왜 썼는가,

알에서 태어났지만, 그 알을 깨야하는 자는 얼마나 슬픈지를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알은 얼마나 아플지, 전하고 싶었다.

누가 봐도 이쁘고 착하던 그 아이와, 온갖 더러움은 다 뒤집어 쓴거라 자기를 비하하던 나는 마치 빛과 그림자 같았다.
항상 함께 있지만... 나는 어느새 그 아이를 구속하고 있었다.

학교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것도, 고향 친구와 이야기 하는 것도...
모두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그러는 것처럼 이 아이의 세계는 오직 나만이 존재하길 바랬다.

자격지심. 이 한마디가 날 표현하기 가장 쉬운 말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환하게 빛나던 그 아이도 차츰 빛을 잃어갔다. 나에 대한 감정도, 우리의 감정도 처음과 같았지만
나는 점점 더더욱 탁하게 변해갔다. 집착이었다. 태어나 마지막으로 손에 쥔 보물이라는 생각에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 아이를 몰아 붙이다...
한번도 내 앞에서 울지 않았던 그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고
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은, 내 감정은 이 아이가 이유였던 그 행복들은 끝났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느새 이 아이가 목적이 되어있었다. 변한 것이다.

그 아이를 달래서 집에 들여 보내고 집으로 오는 내내 울었다.
울다가 주저 앉고... 그렇게 집에 들어와 한참을 더 울었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까.

나는 처음처럼 이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다. 구속하지도 집착하지도 않았다.
그런 내 변화를 알아 챈 녀석은 또 한번 울었다.

왜 그러냐고, 무섭다고...

난 어느새 이 아이가 두려움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렇게 여겼다.

그렇게 하루하루, 거리감을 늘려갔다.
매일 매일 연락을 않하는 시간보다 하는 시간이 많았던 우리는
하루에 한두번...이틀에 한번.... 그렇게 멀어졌다.

마침 내가 수능이라는 핑계가 있었기에 더 쉬웠을 것이다.

그렇게 그 아이때문에 시작한 공부를 놓지 못하고.
그 아이때문에 읽기 시작한 책도 놓지 못하고.
그 아이 때문에 부르던 노래도 버리지 못하고.

난 내신 9등급, 수능 평균 3등급으로 어떻게 대학을 들어가게 되었다.
원래 내 성적으로는 꿈도 못꿀 학교.

수능이 끝나고, 성적이 나오고.

그 아이에게 연락했다.

잘 지냈느냐고.

내 목소리를 듣고 그 아이는 또 울었다.

미안하다고.

그렇게 내 첫경험도, 내 첫사랑도 아니면서... 평생을 가슴에 담고 갈 연애가 끝이 났다.

많은 시간이 지나고.
얼마전 녀석의 오래비와 술을 먹는데, 진지하게 결혼 생각하는 남자와 교제 중이라고 한다.
30살의 공무원. 착한 사람이라고 한다. 아마 내년 결혼하고자 날짜를 잡고 있다고 한다.
늦어도 늦가을에는 약혼식을 치룰 거라고...

그리고 친구가 내게 전해준 말은, 지금 그 남자 만나기 전에 단 한번도 다른 사람 만난 적 없다고.
아직도 그 아이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내가 녹음한 노래 파일이 들어있다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내 친구와 술을 마시며 나보고 참 고맙고 부러운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생각하면 저릿한데, 그 아이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날은 진탕 술을 먹고 집에 들어가 잠도 못이뤘었다.

짧게 끊어내려고 기억하는 나도 괴로워 많은 이야기를 쓰지는 못했다.

벚꽃 구경가서 내 볼에 입맞추던 순간도.
새벽 눈 내리던 날, 눈을 밟으며 환하게 웃던 너의 얼굴도
내게 수줍게 웃으며 건낸 그 반지도
내앞에서 처음으로 울던 그때도...

아직 너무나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제대로 연애를 못하고 있다.

지금은 차츰 아름다운 추억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목적이 없는 그저 이유만 있던 사랑이 내게 큰 가르침을 준 것 같다.
아마 나중에 정말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난 그 순간의 모든 것을 바탕 삼아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너희도 아름다운 연애 했으면 한다.

너무 길었지 이만 줄인다.
오늘은 아마 잠자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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